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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우리말로 학문합시다" 학자들 모임 발돋움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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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1: http://www.chosun.com/w21data/html/news/200110/200110240240.html






555돌 한글날을 기리어 한글 학회의 '우리 말글 지킴이'로 위촉한 <우리 사상 연구소> (이사장: 이민상, 소장: 성염)에서 더 큰 뜻으로 새로 모임을 만든다고 합니다.
우리말 철학사전 편찬 위원회(위원장: 이기상)는 <우리말로 철학하기> 를 넓혀서
<우리말로 학문하기> 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가기 위해 2001년 10월 27일 <우리말로 학문학기 모임> 을 결성하고 잡지를 출간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합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를 주시면 그 뜻에 힘을 얻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래에 이기상 교수(한국외대 철학과)께서 보내 준 < <조선일보> >(2001년 10월 24일자) 기사를 붙임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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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쉬운 우리말로 학문합시다” 학자들 모임

“우리 말로 학문합시다!”

오는 27일 국내학계에 이같은 모토로 철학 문학 역사학 사회학 예술 고고학 등의 학자 100여명이 동참하는 초분과 학술운동 단체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이 탄생한다. 이날 오후 6시 30분 발기인 대회를 갖는 이 모임 대표 이기상 한국외국어대교수는 모임 취지에 대해 “사람과 사람, 앎과 앎, 삶과 앎을 잇는 돌쩌귀 노릇을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말도 전에는 “인간들간, 학문들간, 인간과 학문간을 연계짓는 초석 역할을 하자는 것”이라고 해야 귀에 익었을 것이다.

이기상교수는 이미 우리말 철학사전 편찬위원장을 맡아 지난 6월 과학ㆍ인간ㆍ존재 등 철학의 핵심개념을 탐구적으로 풀이한 ‘우리말 철학사전 1’(지식산업사)을 펴낸 바 있다. 이교수는 “그 책을 본 다른 분야의 학자들이 학문 전반에 걸쳐 작업이 일어나야 할 때라는데 공감하고 동참을 표시해 ‘우리말로 학문하기’로 발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미 ‘우리말로 철학하기’에는 백종현(서울대) 박순영(연세대) 이승환(고려대) 손동현(성균관대) 이진우(계명대) 박이문(전 포항공대) 김상봉(철학아카데미) 최봉영(한국항공대) 홍윤기(동국대) 김형효(정신문화연구원)교수 등 철학계에서 다수가 참여했다. 이어 이번 학문하기에는 최몽룡(서울대 고고학) 박영신(연세대 사회학) 김일수(고려대 법학) 조광(고려대 한국사) 최준식(이화여대 한국문화) 조선우(동아대 음악학) 박일영(가톨릭대 종교학) 김지수(외국어대 법학) 유재원(외대 언어학) 김치동(서울산업대 심리학)교수 등이 참여했고 한글학회 허웅 이사장, 김용준 학술협의회 이사장, 박이문 전 포항공대교수, 정신분석학의 한국화 운동을 주창했던 한국정신치료학회 이동식 명예회장이 자문위원을 맡았다.

모임측은 이같은 문제의식의 확산과 성과축적을 위해 인문교양학술지 ‘사이’도 발간한다. 잡지의 목표는 “서로 끊어진 삶과 앎, 앎과 앎,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데”있다. 한편으로는 분야별 집담회와 토론회를 통해 구체적 대안들을 안출해 낸 다음 잡지 ‘사이’를 통해 대중화한다는 전략이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우선 ‘우리말’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의 문제다. 이에 대해 이기상교수는 “우리의 일상어가 우리말이다. 다만 현재 일상어에는 식민지 과정을 겪으며 우리 고유의 삶과 생각과는 동떨어진 과도한 한자어들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순화하는 작업도 우리 모임이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일찍부터 ‘우리 학문의 길’을 주창해온 조동일교수(서울대 국문학)도 “단순히 서양용어를 우리 말로 바꾸는 정도여서는 무늬만 국산화일 뿐 큰 의미가 없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다운 사고방식을 정립하는데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몽룡교수(서울대 고고학)는 “즐문토기를 빗살무늬토기로 바꾸는 것도 의미가 크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의 삶 속에 들어있는 전통과 미래를 독해해내는 일이고 그것은 우리말을 들여다보고 거기서 우리 고유의 삶과 사고의 문법을 읽어낼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모임측은 “일상세계와 학문세계의 합치가 우리말로 학문하기의 궁극적 목표”라고 밝혀 우리말 순화운동 수준이 아니라 고차원의 학문성도 함께 지켜나갈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이들이 구상하는 ‘우리말로 학문학기’는 크게 세 방향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첫째는 기초개념을 가능한 한 쉬운 우리말로 바꿔가는 것이다. 이는 학자와 대중의 거리를 좁히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둘째는 우리말의 가능성을 개척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기존의 잘못된 번역용어 수정부터 우리말의 쓰임 연구를 통한 학문용어화 작업까지 포함된다. 세째는 다른 학문들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소통가능한 우리말 학술어를 학계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어에 정착시키는 것이다.

일단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출범은 근래 우리 학계를 짓누르고 있는 인문학 위기론에 대한 첫번째 구체대안이라는 측면에서 향후 활동과 성과가 주목된다.

( 이한우기자 hw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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